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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 더는 외면 말라 |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2010년 8·15 광복절과 올해 1월 설맞이 특별사면을 했고, 2009년 12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을 위한 ‘1인 특별사면’을 하는 보기 드문 기록도 세웠다. 특별사면·감형·복권 등의 혜택을 본 사람이 3449명에 이르며, 비리 혐의에 연루된 정치인, 경제인, 전직 고위관리 등도 빠짐없이 ‘사면의 은총’을 입었다.
그러나 용산참사 철거민들만은 예외였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이들의 석방을 호소했으나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내세운 ‘대립과 갈등 해소’니 ‘소통과 화합의 계기 마련’이니 하는 특별사면의 명분도 용산 철거민들은 비켜갔다. 이들을 사면하면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잘못을 시인이나 하는 것처럼 비칠까 질겁했다. 불길이 치솟는 지옥 같은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철거민 8명은 이 때문에 꼬박 3년째 차가운 감방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용산참사 구속자 8명 전원에 대한 사면 요청 건의서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며칠 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면을 요청했다. 이 정부의 양식과 이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용산참사의 본질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철거민들의 항의시위에 경찰이 사전 대비도 제대로 안 하고 무모하게 진압작전을 펼치다 빚은 참사다. 그들은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박원순 시장)이며,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자승 스님)는 지적은 백번 지당하다. 설사 백보를 양보해 법원의 판결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들을 계속 감옥에 가둬놓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다.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권의 씻을 수 없는 원죄요 업보다. 정권이 지금처럼 처참하게 몰락하게 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산참사와 맞닥뜨린다. 이런 처참한 비극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정권이 잘되기를 바란 것부터 뻔뻔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이른 시일 안에 용산참사 구속자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책무를 외면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바로 이런 곳에 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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