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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형마트 일요 휴무 더 확산돼야 |
전북 전주시의회가 엊그제 조례를 개정해 중·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제한하고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은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전주시 조례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이 잘되는 일요일 이틀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달 시행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은 중·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할 수 있고 매달 1일 이상 2일 이내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가장 강력한 규제라고 하나 중소상인들 처지에서 보면 최소한의 보호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중·대형마트 쪽에선 반발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다음달 초 공포·시행돼 상생의 첫걸음을 떼기 바란다. 정치권에서 재벌개혁과 상생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데 이런 게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법에 근거했지만 조례를 개정하기까지 시의회 의장 등이 100일 넘게 대형마트 앞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요구하는 농성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그만큼 지역 사정이 절박하고 반발 또한 거센 탓이다. 인구 65만명의 전주시에 중·대형마트만 24개에 이르며 대형마트 5곳의 매출액이 재래시장 매출액의 3배에 이른다. 대형마트는 쉬는 날 없이 영업하고 치킨·세탁소·보험까지 싹쓸이하는 반면 동네 슈퍼·떡집 등 영세상인들은 하나둘 문을 닫는 모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영세업체들이 다 문을 닫을 지경이어서 바늘구멍만한 숨구멍이라도 열어주자는 뜻에서 조례를 개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형마트들이 매출액 감소와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면 탐욕에 눈이 먼 것이다. 입점 상인의 손실은 15%에 이르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으로 보전할 수 있다.
전주의 사례는 전국의 다른 중소도시로 확산될 조짐이다. 전국상인연합회도 생존권을 위해 중·대형마트 입점을 감시하고 적극 대처하겠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중·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고 매출이 올라갈 때 전통시장은 해마다 25개씩 사라지고 매출은 뚝 떨어져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이뤄져 왔다. 국회나 지자체가 중소상인의 생존권과 상생을 소홀히 하고 재벌 편을 들어준 결과다.
지금도 영업시간 규제의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휴무일수를 더 늘려 숨통을 틔우고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상생 의지가 있다면 소비자 선택권을 방패막이로 내세울 게 아니라 대형마트에 영업품목 제한을 도입해 싹쓸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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