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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가 따로 없는 미디어렙법 ‘종편 특혜’ |
‘조·중·동’ 종편과 <에스비에스>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 생태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고 여론시장의 보수·기업화를 가져올 문제투성이 법안을 여야가 18대 국회 막바지에 쫓기듯 처리한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어제 처리된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과 에스비에스 특혜의 완결판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종편의 민영 미디어렙 위탁을 승인 시점부터 3년 동안 유예해 직접영업을 보장했다. 민영 미디어렙의 방송사 지분 소유 한도를 40%로 정해 사실상 ‘1사1렙’ 체제를 용인했고, 동종매체간 크로스미디어 영업까지 허용했다. 법안의 취지인 ‘방송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 및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마디로 누더기다.
이제 종편과 에스비에스는 방송사 안에 광고국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도와 광고의 칸막이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방송사간 이전투구로 공공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중소 언론이 위기를 맞게 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당리당략에 매몰돼 법안 처리를 서둘렀다. 새누리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종편의 미디어렙 소유 한도가 10%로 돼 있는데도 이를 40%로 높이는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고 밀어붙였다. 당 이름을 바꾸고 쇄신을 추구한다는 주장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며, 보수 일변도의 종편과 한편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옛 한나라당과 색깔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민주통합당의 태도는 어이없고 황당하다. 미디어렙 법안을 놓고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 정책 능력과 전략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지난해엔 종교방송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연내 처리’만 강조하며 여당에 끌려다니더니, 어제는 새누리당의 수정안 처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이를 소수당의 한계로 둘러대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민주당이 어제 낸 수정안은 면피용이라 비판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비록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법안의 취지에 맞게 반드시 손질돼야 한다. 방송 공영성을 위해 방송사는 직접 광고영업을 해선 안 되며, 미디어렙은 특정 방송사의 지배가 불가능하게 지분이 나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방안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공영 렙 체제에 들어가고, 에스비에스와 종편이 최소 숫자의 민영 렙을 만드는 것뿐이다. 여야가 이럴 뜻이 없다면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이 이런 원칙을 실천할 정치세력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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