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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너지 정책 물꼬 바꿀 지자체의 탈핵 선언 |
지방자치단체들이 원자력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자고 나섰다. 서울 노원구, 인천 남구 등 전국 45개 자치단체장들은 어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에 참여해 공동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의 비전을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지속가능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원전의 위험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혜택만 입고 있던 수도권 지자체들이 앞장서 나선 점은 탈원전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상생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 에너지 교수 모임, 탈핵 법률가 모임, 탈핵 국회의원 모임 등이 속속 만들어졌는데, 지자체 모임은 에너지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의미가 크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에너지 정책에 대해선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여기고 소극적이었다. 예컨대 원전 건설 지역과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찬반 갈등은 해당 지자체의 문제로만 인식해왔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 환경보전, 생산활동 등이 지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참여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자체가 행동에 나선 까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이 탈원전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는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을 깊이 깨닫게 됐지만 정전 사태 등으로 탈원전이 가능할지 자신하지 못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지자체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 없는 세상에 대한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 수요관리로 지역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지역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게 일차적인 과제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30㎾ 규모의 서울형 시민발전소 300개 건립을 지원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수요 절감과 효율 개선으로 원전 하나를 줄이겠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전망을 마련하고 에너지친화형 행정체제를 구축하면 중앙정부의 역주행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정부는 독일의 경우처럼 에너지 정책 권한을 이양하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늘려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득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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