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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함께 살자”는 쌍용차 해고자의 1000일째 호소 |
2009년 5월22일 시작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싸움이 내일로 1000일을 맞는다. 그사이 계절은 10번도 넘게 바뀌었지만, 해고노동자 2646명과 그 가족들에겐 1000일 모두가 꽁꽁 언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나날이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입에 올리는 것은 위선이나 다를 바 없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은 3년 가까운 세월을 벼랑 끝에 매달려 살아왔다. 쌍용차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극심한 생계 압박에 시달렸고, 77일에 걸친 장기파업과 정리해고의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은 더없이 피폐해졌다. 지난해 4월 녹색병원 등이 실시한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을 보인 사람이 80%에 이르렀다. 파업이 끝난 2009년 8월에 71%였으니, 지금은 우울증을 앓는 해고자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20명의 해고자와 가족이 자살 등의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함께 살자”는 것이다. 2009년 8월 노사 대타협을 통해 1년 뒤 복직을 약속받은 무급휴직자 457명은 하루빨리 공장으로 복귀시키고, 나머지 희망퇴직·정리해고자 2100여명도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에게 쌍용차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소중한 기반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해고자들은 2009년 3만4000대까지 추락했던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10년 8만대, 2011년 11만3000대로 올라서며 경영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데도 회사 쪽은 해고자 복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의 기대만큼 경영 상황이 좋아지면 2014년께나 검토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해고자들이 벼랑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다.
쌍용차는 노동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복직 및 재고용 일정표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복직과 재고용에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쌍용차와 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 정당도 4월 총선을 겨냥한 장밋빛 노동 공약만 남발할 게 아니라 쌍용차 문제 해결에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절박한 현실에 눈을 감고 환상만 심어주려 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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