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대학 체제 혁신 공론화, 더는 늦출 수 없다 |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벌이는 복지 확대 경쟁을 놓고 말이 많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고, 득표용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경제 수준에 비해 사회 안전망 등 우리의 복지 수준이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복지 확대는 피할 수 없다. 단 선거를 목전에 두고 논의가 서둘러 이뤄지다 보니, 복지 확대의 목표와 전략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던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제시한 ‘대학 체제 혁신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는 정치권에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교육 복지의 목표와 전략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관점과 철학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교육 복지가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여야를 떠나 논의의 출발로 삼기에 적절하다.
제안의 뼈대는 대학 체제 혁신을 통한 초·중등교육 정상화다. 대학입시에 예속돼 있는 초·중등교육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때 교육 복지는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사실 기존의 대학 서열화와 대입제도는 혁신학교 등 초·중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무력화시켰다. 누구나 그런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대학 체제는 한번도 바뀌지 않은 성역으로 남아 있다. 교육 복지 논의가 무상급식이나 등록금 인하 문제에 맴도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전략의 핵심이 권역별 혁신대학이다. 정부가 최고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 혁신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면, 혁신대학은 권역내 대학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 각 대학이 협력과 경쟁을 통해 연구와 교육 그리고 전문성을 높여가는 견인차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 선발은 중등과정에서 드러난 잠재력을 중시한다. 여기에 정부가 공무원이나 공기업 채용에서 권역별 할당제를 실시한다면 대학 서열 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교육감 소관 밖의 일이다. 고등교육은 교육부 관할이다. 하지만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와 서열구도에 묶여 질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관을 따질 일은 아니다. 복지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누구든 교육 복지 실현을 위한 대학 혁신 논의에 불을 붙여야 한다. 교육의 여러 고상한 목표를 놔두고 서열구조 타파를 혁신의 관건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불행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젠 피할 수 없다. 붕어빵 인간을 찍어내던 산업화 시절의 공장식 교육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