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20:59
수정 : 2005.07.21 21:00
사설
대법원이 어제 성년 남자에게만 종중의 구성원(종회원) 자격을 인정해온 옛 판례를 뒤집고 판결이 난 때부터 성년 여자도 종회원 자격을 갖는다고 밝혔다. 실제 대부분의 종중이 성년 남자에게만 종회원 자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양성평등을 한걸음 더 진전시킨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소송을 끝까지 밀고간 이들의 공이 크다.
우리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없애가고 있음에도, 여지껏 여성의 종회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었다. 오히려 대법원이 호주제 폐지가 법률로 확정된 뒤에야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딸들의 반란’으로 불린 이번 소송은 종중이 종회원들에게 종중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출가한 여성들을 차별한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판결의 의미를 재산권 문제로만 좁혀봐서는 안 된다. 종중의 의사결정과 각종 행사에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여성들이 실제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지도록 사회문화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종중의 의미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 종중 문제로 다툼의 소지도 적지 않다. 남성 종회원은 자녀도 성인이 되면 자격을 얻지만, 여성은 자신이 생존하는 동안에만 종회원이기 때문에 종중 재산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있다. 성인이 되어야 종원이 되는 미성년자도 자신이 성년이 되기 전 종중이 재산을 나누면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종중에 관한 여러 문제를 통일적으로 규율할 법률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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