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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뿌리부터 치유해야 |
한국 프로스포츠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감독과 선수가 자살하고 선수 여럿이 줄줄이 구속되어 유죄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이런 참에 다시 프로배구에서 선수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아직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프로농구와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관련자의 증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다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가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쓰나미에 한꺼번에 휩쓸려갈지 모른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생명으로 한다. 그 틀 안에서 선수들은 갈고닦은 기술과 힘, 조직력을 발휘해 멋진 승부를 펼침으로써 관중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프로스포츠는 그 정점에 서 있다. 수많은 운동선수 가운데 1% 정도만이 진출할 수 있는 스포츠 달인들의 경연장이다. 따라서 프로선수들은 인기와 함께 부를 누린다.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스타로서 엄격한 자기관리도 요구된다. 철저한 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프로배구연맹을 비롯한 프로스포츠계는 이번 사건을 한국 프로스포츠를 근본부터 바로잡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연루된 몇몇 선수를 제명하고 연루 선수가 많은 상무 구단의 리그 참여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까지 승부조작이 벌어지고 프로야구, 프로농구까지 그럴듯한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들은 다만 쓰레기 더미 위에 핀 ‘악의 꽃’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쓰레기 더미를 걷어내지 않는 한 이런 불상사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프로배구연맹은 프로리그 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리그를 중단하더라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발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 사건은 거슬러 올라가면 왜곡된 스포츠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격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학원스포츠에서조차 실력보다 돈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풍토에서 자란 선수들이 돈벌이가 목적인 프로스포츠 판에서 그것이 검은돈이라고 해서 유혹을 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스포츠 선수들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영어회화 등을 빼고는 건전한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상식과 교양,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전문가는 사회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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