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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4 19:06 수정 : 2012.02.14 19:06

정부가 어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북에 제의했다. 지난 7일 고구려 고분군 병충해 방제지원 협의를 위한 정부간 실무접촉을 제안한 지 며칠 만에 또 내놓은 대북 공식 대화 제안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미 첫 공식 접촉이 될 오는 23일의 3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 맞춘 듯한 정부의 이런 제안은 북의 대응 여하에 따라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령화로 당사자들이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사업은 정치적 사정과 무관하게 지체없이 재개돼야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병충해 방제 실무접촉 제의 이틀 만인 9일 북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민간접촉을 막고 당국간 대화 우선을 앞세운 남쪽 정부의 자세를 정치적이라 비난하며 당국자간 대화 가능성 자체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런 자세는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공산이 크다. 당국자간 대화 우선 원칙과 그건 절대 안 된다는 원칙에 집착하는 한 만남 자체가 어렵지 않겠는가.

남쪽이 예정된 북-미 접촉을 앞두고 잇따라 북에 대화 제의를 하는 것 자체를 국내용이라 보는 시선도 있다. 대화 의지 모양새만 갖추면서 북-미 접촉 때 미국이 북한에 남북대화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계산된 시기를 골랐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북-미 접촉도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문제 대처에 급급한 대선정국의 미국이 대북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일 여유는 없고, 북 역시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과시하는 것 이상의 행보를 보일 여유도 의지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을 북-미 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인 듯 얘기하고 있는 것도 경색된 남북관계 현실을 생각하면 현상유지 이상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잇따른 대북 제의를 비리로 얼룩진 국내정치적 곤경을 모면하려는 의도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마저 있다.

이산상봉 신청자 13만여명 중 70대 이상이 80%로, 매년 4000여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00~2007년에만 매년 두세차례씩 모두 15차례 성사된 상봉은 현 정부 들어 4년간 단 두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상봉 재개 움직임마저 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인 일정까지 정한 실무접촉 제의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지만 그럴수록 진정성을 갖고 조건 없이 만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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