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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볼썽사나운 삼성가의 재산 다툼 |
삼성가 형제끼리 재산 다툼이 벌어졌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삼성생명 등의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내세워 그제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반환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돌려달라는 주식의 가치가 무려 7000억원대에 이르는데다 국내 최대 재벌의 형제간 재산 다툼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은 이를 개인적인 민사소송으로 선을 그으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 힘들다.
이맹희씨가 소장에서 밝힌 주장의 핵심은, 선대 회장이 생전에 차명으로 관리해오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권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단독 명의로 실명전환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주식을 실명전환한 다음에도 어떻게 처분했거나 관리하고 있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문제의 차명주식은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와 뒤이은 삼성특검 수사에서 드러나게 됐다.
이맹희씨가 뒤늦게 이 지분의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온 것에 대해, 삼성 쪽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기업경영과는 상관없는 일로 애써 축소하려고 한다. 또 이건희 회장이 넘겨받은 차명주식은 그룹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취득한 것이어서 상속권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만큼 이맹희씨 쪽과 물밑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일과성 화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선 삼성특검이 제대로 밝히지 못한 편법적인 경영세습의 또다른 내막을 엿보게 한다. 법정 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과세당국이 나서야 할 대목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맹희씨의 소장과 삼성생명 감사보고서 등을 살펴봤더니, 삼성생명 차명주식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병철 회장의 사망 뒤 차명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속세 과세 시효(15년)가 지났다는 삼성의 주장은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국세청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 누락된 세금이 있으면 엄정하게 부과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성격도 논란의 대상이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생명 주식가치의 증가는 1000만명이 넘는 이 회사 계약자들의 기여다. 이 회장과 일가의 직접투자액은 다 합쳐봐야 100억원도 안 된다. 회사가 계약자의 돈으로 불린 자산의 일부를 주주 몫으로 돌려 총수 일가의 재산이 수조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런 ‘사회적 자산’을 놓고 형제끼리 법적 다툼을 벌이니 지탄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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