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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진핑 방미와 미-중 관계 급변, 제대로 읽어야 |
방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어제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을 돌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재계 및 외교·군사·문화 분야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올가을에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고 뒤이어 국가주석직에 오를 것이 확실한 차기 중국 지도자의 이번 미국 방문 목적은 이로써 거의 달성된 셈이다.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인물의 등장을 나라 안팎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일종의 데뷔무대이자 ‘지투’(G2)로도 불리는 세계 1, 2위 대국 권력자들의 상견례라고도 할 수 있는 시 부주석의 방미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 두 나라와 경제·안보 등 다방면에 걸쳐 밀접하게 얽혀 있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동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무역불균형을 비롯한 양국간 경제문제와 인권문제, 이란·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갈등 등의 현안들을 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문화혁명 때 하방당한 집안의 아들로 개혁·개방적 성향의 이 제5세대 지도자에 대해 미국은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현안 처리보다는 견제와 협력이라는 모순적 관계 속에서 패권적 지위 유지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양국 지도자들이 얼굴을 익히고 서로를 탐색하면서 이해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 부주석 방미에서 현안들에 대한 중국의 정책 변화를 읽어내긴 어렵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40년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그 7년 뒤 덩샤오핑의 방미 때와 다르고, 2002년 후진타오의 방미 때와도 달라진 중국의 급격한 위상변화와 그것을 반영한 미-중 관계의 변화다. 그 중장기적 추세나 흐름을 잘 짚어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 부주석에게 “미-중 관계는 우리에게 사활적 문제”라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예전엔 주로 미-일 관계를 지칭할 때 동원되던 이 수사는 이제 단순한 수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급격한 힘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일본이 극도로 경계할 미국 수뇌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동아시아 제1파트너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미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다. 20여년 전 냉전붕괴와 더불어 시작됐고 중국의 부상으로 가속화한 이런 급격한 정세변동은 기존 판세를 뒤흔들며 한-미, 한-중, 한-일, 일-중, 그리고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직도 냉전적 사고로 기존 판세에 연연하다간 지난 세기처럼 또다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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