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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유령 출장비’에 줄줄 새는 혈세 |
서울시 구청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가 허위 출장서류를 꾸며 한달에 많게는 30만원 가까운 출장여비를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야금야금 혈세를 갉아먹었다는 얘기다. 액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얌체짓 차원을 넘어 범죄행위라 불러야 마땅하다.
<한겨레>가 서울시 25개 구청의 ‘2011년 출장여비 지급 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2만여명의 구청 공무원 가운데 99.4%가 출장여비를 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은 돈은 구청별로 23만~30만원으로,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여비 최대액의 97%에 이른다. 여비를 받은 곳은 전산정보과나 민원여권과 등 내근부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구청이 같으면 직위나 업무 종류에 관계없이 액수가 같았다. 이 정도라면 공무원들이 일률적으로 여비를 나눠먹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민센터(동사무소)와 보건소 직원들의 행태도 비슷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공무원들이 세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해 동안 툭하면 불거진 초과근무수당 수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내 여러 구청과 지방 시청 등의 공무원들이 동료가 컴퓨터를 대신 꺼주는 방식 등으로 밤늦게까지 일한 것처럼 꾸며 매달 수십만원의 수당을 타내다 적발됐다.
공무원들은 본봉보다 수당의 비중이 높은 봉급체계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둘러대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변명이다. 공무원은 이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에 올라 있다. 서울시 일반행정 9급의 지난해 경쟁률은 93 대 1이었고, 2010년에는 무려 252 대 1을 기록했다. 대기업보다는 급여가 적을지 모르나 신분·정년·노후 보장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 한편으로 부정을 통해 자기 잇속을 채우려 드는 것은 명백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들이 일을 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세금을 축내는 것은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잘못이다. 그런데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서로 쉬쉬하면서 눈감아주는 관행이 공무원 사회에 만연해 있다. 정부는 감사·수사 기관을 적극 동원해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까지 공무원 출장여비 지급 실태를 세밀히 조사해야 한다. 그 결과 부정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여비 규정에 불합리한 대목이 없는지 등도 살펴 필요하다면 손질을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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