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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평축구 복원, 시민의 염원에 북의 화답 바란다 |
서울시가 추진하는 경평축구대회 복원에 통일부가 협력하기로 했다. 야권 자치단체장이 제안한 교류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니 정부로서는 상당한 태도 변화다. 정부는 그동안 당국간 대화를 고집하며 다른 단체의 대북 접촉을 불허해왔다. 진정성 시비를 떠나 환영할 일이다.
사실 정부가 고집해온 당국간 대화는, 지금의 파탄난 남북 신뢰관계로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류우익 장관이 들어서면서 통일부가 당국간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지만, 북쪽은 아예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지난 4년간 이 정부가 필사적으로 기울인 압박이 근본 원인이겠지만, 이제 내적 통제력까지 상실한 정권과 굳이 대화에 나설 이유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나 천안함 문제 등 제 발목을 묶은 끈을 아직 풀지 않고 있다.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대화의 물꼬조차 틀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평축구의 부활이나 서울시향의 평양 공연은 이 정부에도 좋은 우회로가 될 수 있다. 추진·개최 과정에 정부가 깊이 간여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스포츠·문화 민간교류의 비정치성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평축구가 남북기본합의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던 1990년, 6·15 남북공동선언 정국이었던 2002년과 2005년 단발적으로 복원됐던 것은 이 대회의 이런 이중적 성격을 잘 반영한다. 남북의 교향악단 합동공연도 6·15 공동선언 정국에서 이뤄졌다.
특히 경평축구대회는 1929년 일제의 압제 아래서 우리 민족의 단합과 자주정신을 과시한 행사였다.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상징으로서 적격이다. 첫 대회 경기장인 휘문고보 운동장엔 당시 무려 7000여명의 시민이 몰려 열광했다.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후보가 경평축구대회의 복원을 제안하자, 북의 평양인민위원회는 6·15 통일시대를 맞는 좋은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당시 심경옥 부위원장은 “경평축구의 복원은 민족사적 의의를 가지는 일대 사변이 될 것이며, 동족 사이의 단합과 나라의 통일을 힘있게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 정부도 협력하겠다고 한 마당이니, 이제 북쪽의 결단만 남았다. 양쪽 시민의 염원을 담은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한다. 남쪽 정부 역시 부질없는 당국간 대화 제의를 남발하기보다, 실효성 있는 교류협력사업을 지원함으로써 남북간 신뢰를 쌓기 바란다. 올해는 평양과 서울 시민의 환호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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