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법까지 바꿔 인권조례 막겠다는 이주호 장관 |
교육과학기술부가 법령까지 바꿔가며 학교 규칙을 관장하겠다고 나섰다. 단위 학교까지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공포와 함께 학칙 개정을 지시하자, 교과부는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학칙 개정 지시 유보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유보 명령이 법으로나 명분에서 밀리자, 아예 조례보다 상위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교과부는 오로지 인권조례만 물고 늘어진다.
법령으로 학칙까지 관장하겠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교육자치는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할 정도로 진전됐다. 이제 초·중등학교의 관리 운영에 관한 업무는 시·도에 이관해야 한다. 이 정권은 출범 당시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하면서 초·중등교육은 시·도에 맡기고 교과부는 고등교육에 전념하겠다고 이유를 댔다. 그렇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뒤집지는 말아야 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출범 후 껄끄러운 대학 문제는 방치한 채, 이제 학칙까지 관장하겠다며 교육자치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 끔찍한 교육적 퇴행의 뿌리엔 반인권 의식이 있다. 이 정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이런 무리수를 뒀다. 하지만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비슷한 내용이 포함된 경기도나 광주 인권조례는 무리없이 시행되고 있다. 소송에서 졌을 경우 정부의 체면은 땅에 떨어진다. 결국 상위 법령을 바꿔 조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막장 꼼수를 들고나온 것이다. 학교 관리자 다수가 반발하는 인권조례에서 강제 조항인 ‘두발·복장 자유’를 문제 삼은 건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국가기구로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갖춰야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경기도나 광주 교육청에서 인권조례를 추진할 때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발의 주체가 교육청도 아니고 시민인 서울 인권조례만 붙들고 늘어진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흔히 들이대는 서울의 상징성도 핑계 삼기 어렵다. 결국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 곽노현 교육감의 불안한 위상을 집중공격하는 셈이다. 무모한데다 비겁하기까지 하다.
결국 어제 전교조는 학생인권법 제정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법이 제정되면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 조례를 시행령으로 무력화하고, 시행령은 법으로 막겠다는 코미디 상황이다. 그 원인제공자이자 주범은 이주호 장관이다. 당장 이 국제적 조롱거리를 치우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