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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3 20:15 수정 : 2012.02.23 20:15

삼성 재벌가의 재산 다툼이 마치 한편의 ‘막장 드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 어제 씨제이(CJ)그룹은 삼성물산 감사팀의 한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1주일 넘게 미행한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씨제이 쪽에서 제시한 여러 증거들로 볼 때 삼성의 불법 혐의는 뚜렷하다. 국내 최대 재벌이 이런 범죄에 연루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삼성은 이런 황당한 불법행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스스로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재현 씨제이 회장의 부친이며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최근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재현 회장의 장충동 자택을 맴도는 수상한 차량을 씨제이가 처음 인지한 시점은 이맹희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장을 낸 바로 다음날이었다고 한다. 애초 삼성은 이 소송과 관련해 오너 형제끼리의 사적 분쟁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기업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씨제이 쪽과 합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래 놓고서 뒤로는 계열사 직원을 동원해 이재현 회장의 동태를 몰래 파악하려고 미행을 붙였다는 게 씨제이 쪽의 주장이다. 삼성 쪽은 감사팀 직원의 일상적인 ‘경영진단 활동’을 씨제이가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이런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선대 이병철 회장의 재산 상속권을 둘러싸고 이건희 회장이 형제·자매들간 분쟁에 엮일 때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게 삼성이다.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계속 터져 나오는 원천적인 책임은 이건희 회장한테 있다고 본다. 법과 제도를 무시한 채 외아들 이재용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니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유산 문제 역시 그 과정에서 돌출한 것이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추구한다며 어떻게 이런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 집착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런 행태가 기업 경영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욱 끔찍하다. 삼성의 지배력을 고려하면 경쟁 상대뿐 아니라 전체 시장질서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동안 자기 이익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고,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붕괴시키는 일을 끊임없이 저질러왔다. 반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것마저 식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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