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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3 20:17 수정 : 2012.02.23 20:17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사내하청)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에 대해 어제 대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그가 지난 2005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뒤 7년 동안 지루하게 지속된 법적 다툼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조선·철강 등 제조업계와 서비스·공공부문에 만연해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판결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오랜 소송을 버텨온 최씨의 집념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상식을 새삼 일깨워줬다. 이미 대법원이 2010년 7월 판결을 통해 밝혔듯이 최씨는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고, 작업량과 방법, 순서 등에서 현대차의 지휘를 받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현대차가 최씨가 고용된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더라도, 이는 제조업에서 금지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또 최씨가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한 만큼 옛 파견법에 근거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당시 재상고를 해, 상식을 재확인하는 데 1년7개월을 허비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은 현대차로 넘어갔다.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힌 대로 불법파견에 대해 사과하고 최씨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차 8000여명, 기아차 3000여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옳다. 현대차는 장시간노동을 줄여야 할 처지인 만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화를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지만, 사내하청 문제를 일거에 풀어줄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현재 기간제와 파견노동자는 최장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고 정규직과의 차별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사내하청은 근로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장치가 없다. 이런 맹점을 악용해 기업들은 사내하청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만 33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고용부는 사내하청 형태의 불법파견을 철저히 조사하고, 불법행위를 한 사용자의 처벌 등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은 사내하청 사용을 제한하고 차별시정제도를 적용하는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 법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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