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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문진, MBC 사장 퇴진시켜 파업 해결해야 |
지난달 25일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시작된 <문화방송>(MBC)의 ‘공영방송 회복’ 투쟁이 오늘로 한달을 맞았다. 그사이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총파업으로 가세해 문화방송의 내부 진통이 한층 격렬해졌다. 보도국 기자의 90%가 마이크를 놓아 6개의 뉴스 프로그램 가운데 3개가 아예 없어졌고, 나머지도 단축방송으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는 처지다. 국가적 대사인 4·11 총선 선거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은 이런 전례없는 위기상황을 “노조의 불법파업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무책임한 자기변명이 아닐 수 없다. 수없이 누적된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보도, 그에 따른 신뢰도·시청률 추락, 전례없는 파업 열기 등은 문화방송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영방송 엠비시를 ‘엠비(MB·이명박)씨의 방송’이라고 조롱받게 만든 김 사장 자신이 바로 위기의 진원지다.
얼마 전 문화방송의 20~35년차 간부급 사원 135명이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김 사장이 내부 구성원들을 이끌 리더십을 잃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급기야 그저께는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인 최일구 부국장과 ‘뉴스와 인터뷰’ 앵커인 김세용 부국장이 보직에서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했다. 간부들마저 김 사장에게 등을 돌린 것이 이 방송의 현주소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완전히 귀를 막은 채 요지부동이다. 어제는 회사 바깥을 떠돈 지 20여일 만에 서울 여의도 사옥에 나와 퇴진 불가를 선언했다. 오히려 파업 참가자들에게 오는 27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
김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문화방송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기는 요원하다. 김 사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겠으나, 그의 고집스런 태도로 미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적극 나서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이미 방문진 이사 중 야당이 추천한 세 명의 이사는 김 사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한 상태다. 게다가 김 사장은 경영 상황을 보고해야 할 방문진 이사회에 일방적으로 두 차례나 불참한 바 있다. 문화방송 안팎의 지지를 잃고 방문진에조차 안하무인격 처신을 보인 김 사장을 방문진이 감싸고돌 이유는 조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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