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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자회담 기대 높인 북-미 접촉, 대북정책 전환 계기로 |
중국 베이징에서 어제 끝난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관측들이 나오면서 6자회담 조기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대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틀간의 회담이 끝난 뒤 “다소 진전이 있었다”며 “유용한 회담이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후계체제와 미국의 첫 공식적인 이번 만남에서 양쪽은 첫날 회담이 끝난 뒤에도 대화 내용이 “진지”하고 “실질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틀 동안 이어진 회담 분위기로 보건대 그런 발언들이 단순한 수사만은 아닌 듯하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대북지원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처’ 협의에서 모종의 진전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북-미 간의 이런 협상 진전은 지난해 7월의 1차 뉴욕 회담과 10월의 2차 스위스 회담을 거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예측돼온 것이다. 2차 회담 뒤 북은 미국이 식량지원 등 적절한 대가를 지급할 경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예정됐던 3차 회담이 김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유예되고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세습 과정을 거치면서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북의 대남 자세는 최근 더욱 강경해졌고, 미국은 남북대화 우선을 거듭 천명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번 3차 회담은 그런 전망의 불투명성을 상당부분 제거함으로써 6자회담 조기 재개에 대한 기대를 일거에 높였다. 북은 김 위원장 사후 2개월여 만의 회담에 응함으로써 미국과의 교섭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유훈을 이어받은 김정은 체제의 지속성과 안정성도 과시한 셈이 됐다. 이번 회담을 김정은 체제에 대한 탐색전으로도 활용했을 미국도 일단 전향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권으로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 진전은 호재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북-미는 일단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주변국들도 그걸 바라고 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지금 상태로는 남쪽은 6자회담 당사국이면서도 실질적인 플레이어로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자칫 훼방꾼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이제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요량이라면 더 늦기 전에 5·24 조처 등 남북관계를 막아온 장벽들을 과감하게 허물고 대북정책의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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