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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7 08:33 수정 : 2012.02.27 08:33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원 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청계천의 생태환경 및 역사문화유적 원상복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 시장은 내일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청계천 복원을 위한 마스터플랜 마련 등에 들어갈 계획이다.

2005년 10월 완공된 청계천 복원사업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의 기반이 된 야심작이다. 또한 이 대통령 집권 이후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의 모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박 시장의 ‘청계천 역사문화·생태 복원’ 작업은 자칫 ‘전임자 흔적 지우기’로 보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복원작업을 하려면 엄청난 예산도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흔적들이 모두 파괴된 ‘불모의 인공어항’을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청계천의 옛 모습 복원은 애초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내건 구호였으나 시장 임기 내 완공이라는 무리한 목표에 맞추다 보니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계천 주변에 산재한 숱한 역사유적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발굴·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철저히 묵살됐다. 공사 과정에서 나온 유물들은 오히려 중랑구 하수종말처리장 옆 빈터에 방치돼 있다. 생태 면에서도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지류들을 되살려 생태계를 되살리자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주장이었으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닥과 벽을 싸고 거기에 전기모터로 끌어올린 한강 물을 흘리는 방식이 돼버렸다. 결국 청계천은 복원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으나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될 수 없는 인공어항이 돼버렸다. 오죽했으면 이런 약점을 숨기려고 물고기들을 방류해서 그 결함을 감추려는 시도까지 있었겠는가.

박 시장의 원상복구 구상은 이런 반생태적이고 반역사문화적인 구조를 가능한 한 생태적, 역사문화적인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생태 복원은 역사유적 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박 시장으로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전임자의 조급증은 좋은 반면교사다. 수표교 등 주요 유적과 하수종말처리장에 버려져 있는 발굴 석축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나, 생물 산란과 번식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매우 값진 성과가 될 것이다. 느리지만 차분한 복원작업으로 청계천이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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