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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건가 |
정부가 어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끝내 밀어붙이겠다는 최종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 때 기지 건설 반대를 “선거철 전략”으로 깎아내리며 강행 의지를 밝혔을 때 이미 예고됐다. 그 사흘 전 총리실 주관 기술검증위원회가 지적한 설계상의 문제점들에 대해 국방부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애초 기술검증위원회 검증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은 셈이 됐다. 기술검증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고 올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거의 전액을 삭감한 국회의 조처도 하나 마나 한 일이 돼 버렸다.
기술검증위는 항만설계 최대풍속, 출입 선박이 옆으로 받는 바람의 압력(횡풍압), 선박 입출항 항로 각도(항로법선), 시뮬레이션에서 운항 난이도가 6~7의 고난도(등급기준 1~7)로 나온 서쪽 방파제 등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주도 쪽이 제기한 설계상의 문제를 상당부분 인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구성 단계에서부터 의혹이 쏠렸던 기술검증위는 “현재의 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라는 한계를 미리 긋고, 문제된 요소들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만 올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게 거의 없다.
건설을 반대하는 쪽은 당연히 정부 방침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구체적 근거를 들이대며, 실제 상황에 맞지 않는 조건을 상정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토대를 둔 정부 발표에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약간의 설계변경으로는 15만t급 대형 크루즈선은커녕 대형 군함의 입출항조차 위험하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런 설계상의 결함 외에 주민의견 수렴 절차, 절대보전구역 용도변경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관광지와 군항이 함께 있는 외국 사례를 들지만 한 지역에 군항과 민간항이 붙어 있는 경우는 있어도 제주 기지처럼 군항 안에 대형 민간부두시설이 함께 있는 예는 없단다. 그리고 안보 민감지역에 건설되는 기지가 오히려 안보 불안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전략 차원의 비판에 대한 검토도 없다.
주민투표 또는 오는 4월의 총선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여론 확인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있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않는다.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 정권 임기 안에 일단 건설을 기정사실화해 두자는 전략이라면 오산이다. 이런 식의 문제투성이 졸속 처리가 도리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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