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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2 21:08 수정 : 2005.07.22 21:09

사설

두산그룹이 총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그룹 회장직에서 밀려난 박용오 전 회장이 박용성 새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을 지목해 20년 동안 17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두산은 창업한 지 109년에 이른다. 그동안 창업주 후손들이 큰 마찰 없이 함께 경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터라, 형제간의 벼랑끝 싸움은 뜻밖이다.

가족 문제를 두고 남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10위권 재벌그룹 집안에서 터져나온 폭로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게다가 폭로한 박 전 회장은 10년 동안 그룹 회장직을 맡아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위치에 있다. 불법행위 처벌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철저히 진위를 밝혀야 한다.

우리가 더 주목하는 점은 재벌가 집안싸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그룹 일가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심한 알력을 겪었고, 2000년에는 현대그룹에서도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재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거기에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거대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재벌 체제의 고질병이 자리잡고 있다. 상호출자 제한 대상이 되는 국내 38개 그룹을 보면, 총수 일가의 지분은 평균 4.94%밖에 되지 않는다. 두산 역시 총수 일가의 지분은 5.2%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고 경영자인 회장을 가족회의에서 정하고, 10년이나 그룹 회장을 지냈다는 사람은 계열사를 떼내 자신의 가족 몫으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두산 창업주 3·4세들은 그룹 내 주요 기업 곳곳에 포진해있다. 18개의 계열사(공정거래위원회 기준)를 거느린 그룹이 지분도 얼마 되지 않는 가족의 집안 재산이나 다름없이 다루어지는 모습이다. 재벌 체제가 갖고 있는 불합리가 비단 두산에만 있는 건 아닐 터이다. 재벌의 경영권이 가족 손 안에서 움직이는데다 재산 가치를 뛰어넘는 권력이 되다 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 가능성 또한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산 사태가, 재벌 체제를 좀더 투명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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