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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북자 문제, 분명한 원칙과 목표부터 세워야 |
어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방한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탈북자 문제를 길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문제가 양국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탈북자 문제는 최근 30여명의 재중 탈북자 강제송환 얘기가 불거진 뒤 자칫 양국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두 나라 모두에 실익이 없고,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탈북자들을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는 1999년에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탈북을 유도하지 않으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2004년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에 반대한다는 내용까지 담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을 발표했다. 이 원칙에 따라 그동안 중국과 비공식 협의를 통해 비교적 큰 마찰 없이 수천명의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원칙이 무너졌고 한국입국 탈북자 수도 수백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탈북자들의 제3국 출국을 아예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탈북자 문제가 극적으로 부각된 이면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탈북자의 한국행 등이 급감한 것은 탈북자 수도 상대적으로 줄고 북-중 관계 긴밀화라는 변수 탓도 있겠지만, 남북관계 경색과 그와 무관하지 않은 불편한 한-중 관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의 붕괴와 그로 인한 대량난민 사태를 우려하는 중국은 북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민관의 탈북자 대책을 경계하며 ‘조용한 외교’ 때와 같은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적극 외교’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기존 원칙을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원칙을 세우지도 않은 모호한 상태에서 탈북자들을 무조건 송환해선 안 된다는 주장들에 떠밀려 가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탈북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먼저 탈북자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중국은 탈북자들 중 제3국행을 희망하는 난민을 북으로 강제송환하지 말고 국제협약대로 대우해야 한다. 모든 탈북자를 불법월경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들 중 난민신청자를 가려내 국제협약대로 처리해야 한다. 또한 탈북자 누구든 난민 신청을 하는 걸 막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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