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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곽 교육감의 인사 파행과 혁신교육의 위기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인사 문제로 수렁에 빠졌다. 비서실 7급 계약직 5명을 6급으로 승진 발령한 것에서 비롯된 이번 파문은, 그 앞뒤로 실시된 비서실 5급 자리 2개 신설, 전직 교사 3인의 공립학교 교사 특채, 그리고 교사 8명의 교육청 파견까지 진흙탕 속에 빠뜨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특채자 3인에 대한 임용을 취소했고, 서울청의 혁신교육을 아예 무산시키는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전형적인 견강부회이지만,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곽 교육감이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뒤늦게 철회하긴 했지만, 문제의 승진 인사는 교육공무원의 여론을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강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채용시 한 약속이었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 결과 그는 측근 5명과의 약속을 위해 대다수 부하직원의 마음을 버리는 결과를 빚었다. 독선을 지적하는 소리에 수긍이 가는 까닭이다. 특히 이점희 서울시교육청 일반공무원노조위원장의 내부통신망 사용을 차단하는 따위의 용렬한 자세는 보기 딱하다. 공적 사무용인 내부통신망을 인신공격성 비난을 확산시키는 데 이용했기 때문이라지만, 내부통신망은 그동안 그런 소통의 장으로도 이용됐다.
물론 그가 서두르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는 1심 재판에서 후보매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안으로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학생인권조례를 안착시키고, 혁신학교의 기반을 안정화하는 등 중요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갈 길은 먼 처지다. 그렇다고 저 혼자 내달려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비서실 강화 등 소수의 측근을 통해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 했다. 서울 교육에 수십년 뿌리를 내린 교육관료들이 좌시할 까닭이 없다. 양심적 내부고발로 해직된 교사, 사면복권된 전직 교사를 특채한 것까지 교과부가 멋대로 임용 취소한 것은 이런 여론을 악용한 결과다. 혁신학교나 문·예·체 교육,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센터 지원에 교사를 파견한 것까지 속절없이 난타당한다.
지금 곽 교육감의 처지는 매우 곤궁하다. 그를 선택한 시민들의 기대도 흔들리고, 관료들은 한발 물러선 채 방관하고 있고, 정부는 사사건건 발을 건다. 온통 지뢰투성이다. 서둘러 내달리다가는 자멸할 수도 있다. 서울 교육을 다시 권위주의, 성적순, 경쟁교육으로 함몰시키려는 이들에게 헌상할지도 모른다. 목표를 향해 단호하지만, 대중과 함께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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