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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 대파업, 정치권은 구경만 할 건가 |
언론사상 유례가 드문 방송사 총파업이 눈앞에 닥쳤다.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이 한달을 훌쩍 넘긴 가운데 <한국방송> 새노조는 오늘 파업에 들어간다. <와이티엔>(YTN) 노조는 오는 8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 방송사 노조는 어젯밤 공동파업 선포식을 열고 연대와 승리를 다짐했다.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이 공동의 목표다.
세 노조가 밝힌 목표에서 확인되듯 이번 방송 대파업의 뿌리는 하나,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무리한 언론장악에 있다. 이 대통령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방송사에 투하했고, 이들 ‘낙하산 사장’은 무리한 인사와 편파 보도를 밀어붙여 정권 입맛에 맞는 ‘앵무새 방송’을 만들었다.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하는 것이 제1의 책무여야 할 공영방송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지는 오래다. 노조가 박정찬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영통신사 <연합뉴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파업 사태의 진원지가 이 대통령인 탓에 갈등을 풀 당사자 역시 이 대통령뿐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방송 기자 166명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며 몸을 던져도 요지부동이다. 청와대는 그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권의 ‘거수기’나 다름없는 방송문화진흥회가 문화방송의 대주주로서 김재철 사장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정치권이 사태 해결을 독려하고 나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꽃피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권이 수수방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방송 대파업에 개입해야 할 이유다. 사회적 갈등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일이야말로 정치권이 떠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 아닌가. 더욱이 방송 대파업은 4월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이미 부각된 상태다.
특히 다른 어느 누구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분명한 태도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 박 위원장은 여권의 중심축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정치·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가 ‘방송은 결코 권력이 장악해선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는 민주사회의 명제를 천명한다면 방송 대파업은 파국을 피할 길이 열릴 수 있다. 박 위원장의 조속한 태도 표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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