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3.08 19:09 수정 : 2012.03.08 19:09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한 탈북자가 엊그제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붙잡힌 사람들이나 한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정보 공개는 붙잡힌 사람들을 북송해서 처벌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가족이 중국 당국에 억류돼 있다는 이 탈북자의 주장만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탈북자들을 위해 나선 사람들의 무신경이 거꾸로 탈북자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탈북자나 그 가족의 신상정보가 공개될 경우 당사자와 가족이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다는, 경험에 바탕을 둔 탈북자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위가 설사 탈북자 문제에 대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장기적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할지 모를 당사자들에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호소는 절박하다. 이미 사선을 넘어왔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만에 하나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었다면 더더욱 용납될 수 없다.

최근 중국 대사관 앞 시위나 단식 등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국내외에 불러일으킨 일련의 노력은 평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탈북자가 증언했듯이, 그 잠재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와 그 가족의 신상정보 공개가 사태의 구체성과 심각성을 한층 더 크게 부각시키는 등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만,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당사자들의 안전이다. 생사까지 걸린 심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문제의 당사자 이름이나 나이, 출신지, 가족관계, 탈북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건 그 상식마저 깨는 건 무책임하다. 가명을 쓸 때조차 관련 상황을 구체적으로 거론할 때는 그 위험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남한 정부가 좀더 일찍 나섰다면 이번 일이 시끄러워지지 않으면서 잡혀 있는 탈북자들이 풀려날 수도 있었다”고 한 탈북자의 희망 섞인 주장을 외교통상부는 새겨듣기 바란다. 한-중 및 남북 관계가 탈북자 문제 처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현실인 이상 외교당국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요망된다. 대안도 없이 목청만 높이는 것은 여론에 편승해 자기 책임을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처사로 비칠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