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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9 07:01 수정 : 2012.03.09 07:01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문화방송을 망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엊그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나와 “(자리를) 지키는 게 명예”라며 퇴진을 일축하더니, 임원회의에선 방송사 전 부문에 걸쳐 계약직을 대폭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방송에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성을 포기하더라도 파업 참가자들과는 함께하지 않겠다는 위협이다. 방송의 질까지 도외시한 김 사장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 사장은 파업과 무관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보도 부문의 기자는 물론이고 예능·드라마 부문의 피디도 계약직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분 불안 때문에 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문화방송을 채우겠다는 뜻이다. 엊그제 피디총회에 참석한 고위간부는 “파업이 끝나면 드라마 피디 전원을 계약직화하겠다. 계약직화하면서 3분의 1은 잘라내도 된다”고 노골적인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문화방송을 멋대로 주물러,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지금 문화방송의 온도는 3월이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독재권력의 강압 속에 내부 통제가 극심했던 1970~80년대와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김 사장이 아무리 압박해도 파업사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파업의 근본 원인은 ‘조인트’와 ‘낙하산’으로 상징되는 김 사장이 공영성을 내팽개치고 문화방송을 정권의 앵무새로 만든 데 있다.

김 사장의 실체는 그를 선임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김 전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캠프 인물보다 더 캠프적인 인물로,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또 “중요한 것은 (낙하산 임명과는 별개로) 공영방송을 구현할 자질과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김 사장이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이사장은 청와대의 방송 개입 논란을 불렀던 ‘큰집 조인트’ 발언에 대해서도 “김 사장이 청와대에서 혼쭐이 난 뒤 새 임원 인사안을 가져왔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이래도 김 사장은 ‘조인트·낙하산’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김 사장은 더 이상 문화방송을 망쳐선 안 된다. 문화방송을 ‘엠비(MB)씨’ 방송으로 전락시키고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도덕적 파산선고를 받은 것만으로도 물러날 이유가 충분하다. 사퇴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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