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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쿠시마 1년, 에너지와 삶의 양식 전환할 때 |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난 지 꼭 1년이 됐다. 일본, 아니 동아시아의 역사를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로 가를 세계사적 대사건의 진원지인 사고 원전은 지금도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30년 만에 대규모 무역적자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향후 전망 역시 밝지 못한 데는 그 사고가 중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땅과 바다를 오염시킨 반감기 30년의 세슘 137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들을 겁낸 다수의 일본 사람들이 한때 가장 안전하다던 자국산 농수산물 구입을 중단하고 자체 방사능 측정기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 발표조차 믿지 않는다. 급기야 서일본 쪽으로의 인구 대이동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한꺼번에 자손들의 미래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체감했다. 그런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역시 똑똑히 확인했다.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뒤에도 “일본에선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며 기술·안전 대국을 자처했던 일본의 자만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후쿠시마 이후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제 원전까지 가동해야 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안락과 풍요에 길들여진 우리 삶의 방식, 더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진 현존 문명의 존재양식 자체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이 시점에서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동일본 전체가 붕괴될지 모른다고 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얘기는 과장이 아니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 저장조가 폭발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거기서 12㎞ 떨어진 후쿠시마 제2원전의 원자로 4기가 폭발하지 않은 것도 밀어닥친 지진해일(쓰나미)의 높이가 제1원전보다 약간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 우연 중 하나만 방향을 살짝 틀었어도 도쿄도 등 3000만명이 사는 일본의 심장부는 전면 소개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도쿄만이 아니라 일본열도 전체를 재기 불능의 상태로 몰아갔을 그 최악의 사태까지 일본 정부는 상정하고 있었고 실제로 일어날 뻔했다.
출구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 자연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 소비 감축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그것이 한 차원 높은 대안적인 산업과 새로운 삶의 양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을 탈원전을 택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보여주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는 시대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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