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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1 19:07 수정 : 2012.03.11 19:07

새누리당이 지난 주말 4·11총선 서울 강남을 지역에 뉴라이트 계열의 이영조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공천했다.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어느 당이 누구를 공천하느냐는 그 당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당의 정책이나 기준에 맞는 인물을 내놓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이씨가 새누리당의 정책이나 공천 기준에 맞는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공당의 후보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과거사정리위원장 시절인 2010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정부 차원에서 이미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한 4·3사건과 5·18민주화운동을 부인하고 매도했다. 당시 발표한 논문에서 제주4·3항쟁은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5·18민주화운동은 ‘민중반란’이라고 말했다.

알다시피 5·18민주화운동은, 1997년 4월 5·18 주범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뒤 김영삼 정부가 ‘5·18민주화운동기념일’로 지정해 정부 차원에서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4·3항쟁 역시 1999년 ‘제주4·3특별법’을 제정한 뒤 정부가 진상조사를 통해 4·3 당시 사망자를 ‘희생자’로 규정했다. 2003년 10월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한다는 강남지역에 이씨를 공천한 것은 역사에 대한 부인이며 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대구 쪽에 공천을 신청한 이씨를 차출해 강남을로 옮겨 전략공천하는 특별대우까지 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장 강조하는 말은 ‘과거와의 결별’이다. 어떤 과거인지는 특정해 밝히지 않았지만, 발언의 맥락으로 볼 때 민생을 파탄 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이명박 정부와의 결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당 정강정책도 확 뜯어고치고, 당 이름도 바꾸고, 시스템 공천을 통해 인물도 대폭 물갈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이 대략 마무리된 시점에서 박 위원장이 말하는 ‘과거와의 단절’의 방향성과 내용에 강한 의구심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이계를 친박계로 교체하는 거야 정치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다곤 해도, 시민의 피로 일군 역사를 통째로 부인하는 사람을 공천한 것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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