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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어도를 분쟁지역으로 내몰려고 안달인 자들 |
이어도 관할권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성격상 분쟁 당사국 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영토 문제인데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제주 강정에 건설중인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맞물려 있는 탓이다.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지점에 있는 수중 암초인 이어도의 관할권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유엔해양법이 발효한 1994년부터이다. 해양법은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어도는 두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부분에 들어 있다. 이런 경우 양쪽이 합의해 경계선을 정해야 하는데, 아직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이어도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 3일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의 일부’라고 주장한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발언도 기본적으로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만 그가 “국가해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대해 정기적인 권익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정기순찰 대상 해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말한 부분은 주시할 대목이다. 중국이 기존의 의례적인 관할권 주장을 넘어, 이전보다 관할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가적인 법·제도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당국은 중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 문제는 법률 차원을 떠나 해당국 국민의 감정과 역사, 문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민감하기 짝이 없다. 사안의 폭발성이 매우 크므로 엄중하지만 냉정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의 책임은 누구보다 막중하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들의 이어도 보도 태도는 무책임·선동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을 영토 야심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어하려면 해군력이 필요한데 좌파들이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니 이어도를 중국에 갖다 바치려는 것 아니냐는 흉포한 논리를 전개한다. 마치 일본 에도막부 시대에 금지된 기독교 신자를 가려내기 위해 그리스도가 그려진 그림판을 밟고 지나가게 하는 ‘후미에’ 작전을 보는 것 같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이어도는 절대 일대일 조응관계가 아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어도를 앞세워 기지 찬반을 압박하는 태도는 애국심을 이용한 정치공세이자 협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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