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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4 19:45 수정 : 2005.07.24 19:46

사설

삼성그룹은 진정 ‘삼성공화국’을 만들고자 했던가. 도청테이프 파문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행태는 이런 물음을 던지게 한다. 돈으로 마음에 맞는 정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깊숙이 관여하고, 검찰 인맥을 관리해온 것은 권력과 돈의 검은 유착관계의 중심에 있었음을 뜻한다. ‘보험’ 차원의 자기보호적 자금 제공과 본질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삼성을 보는 국민의 눈에는 애증이 섞여 있다. 못마땅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세계적 기업이 있다는 뿌듯함을 주고, 젊은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기업이다. 그런만큼 배신감도 더 컸을 듯하다.

삼성이 진실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한심할 따름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학수 비서실장은 여전히 삼성 안에서 총수 일가를 빼고는 최고 실력자다. 당시 방침을 내리던 그룹 총수 역시 그대로다. 게다가 도청테이프 속 얘기가 오가던 1997년 대선 철은 95~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였다. 2002년 대선 때도 삼성은 97년 대선에서처럼 같은 후보 쪽에 300여억원의 돈을 건넸다. 두 차례 대선 중 한 번이라도 삼성 뜻대로 됐다면 삼성의 힘이 어느 선까지 미쳤을지 상상하기도 두려울 정도다. 중심 인물들이 그대로 있으니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삼성이 지금 해야 할 최선책은 솔직하게 스스로 진위를 밝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임을 국민이 믿게 행동하는 것이다. 형사처벌 여부는 그 다음에 검찰이 정할 일이다. 권력과 유착을 통해 이득을 얻거나 특별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은 이제 하지도 말아야 한다. 국민경제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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