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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자바오 총리의 ‘개혁 발언’ 이후 중국을 주목한다 |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그제 중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긴급한 정치개혁이 없으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 총리는 현 중국 지도부의 개혁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수년간 한결같이 정치·경제 개혁을 촉구해온 인물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발언 취지 자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가 중국 지도자들이 금기시해온 ‘문화혁명’이란 단어까지 끄집어내어 개혁을 촉구했다는 점, 총리로서 마지막 전인대 폐막 회견에서 작심하고 발언을 한 점에서 긴박성과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가장 껄끄러운 문제로 떠오른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 처리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성을 촉구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통한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부패, 민주화 요구,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지금이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결정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원 총리의 강력한 개혁 촉구 발언이 있고 난 뒤 보 서기가 즉각 해임된 것을 보면, 원 총리의 발언이 지도부 안의 갈등 표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차기 지도부의 노선과 인선이 지도부 안의 조율을 통해 개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끌어갈 제5세대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 안에서는 치열한 노선 다툼이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른바 신좌파인 보시라이의 ‘충칭모델’과 개혁파인 왕양의 ‘광둥모델’의 대결이다. 이런 점에서 보 서기의 실각은 일단 중국에서 시장주의적 개방체제를 강화하는 세력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개혁파의 최종적인 승리인지는 지켜볼 여지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경제·문화뿐 아니라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무역 비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웃 나라 내부의 일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중국의 향방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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