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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6 19:23 수정 : 2012.03.16 19:23

검찰이 결국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실체를 폭로한 지 무려 13일 만에, 그것도 부실수사의 주체였던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4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마지못해 시작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검찰로선 재수사 자체가 치욕적이겠지만 국민들로선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하겠다는 수사를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검찰에 당부 겸 경고를 해두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모두 3단계에 걸친 불법행위로 이뤄져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제1단계로 본다면,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폭로 뒤 윤리지원관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영구삭제한 증거인멸 행위가 제2단계 불법이다. 마지막 제3단계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의 혐의를 의도적으로 빼는 등 축소 수사를 통해 진상을 은폐·조작한 행위다. 제3단계의 주범 내지 공범은 검찰 간부들이 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수사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현 법무장관을 비롯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

장 전 주무관이 그동안 밝힌 내용만 보더라도 검찰을 둘러싼 의문은 한둘이 아니다. 수사 의뢰 4일 만에야 뒤늦게 진행된 지원관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건을 파헤칠 중요 단서가 될 만한 업무분장표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압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 과정에서도 진경락 총리실 과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뒤 자기 신문조서를 들고 와 장 주무관과 말을 맞췄고,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호텔에서 출장조사를 받는 특혜를 누린 끝에 아예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모두 검찰이 의도적으로 봐주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게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찰 출신 민정2비서관은 “내가 연루되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는 최 행정관의 협박에 검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전언이다. 그가 여러차례 밝힌 인터뷰 내용과 최 전 행정관과의 대화 내용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검찰이 은폐조작에 적극 가담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런 대목들까지 모두 성역 없이 파헤쳐 자기 살을 도려내겠다는 특단의 각오 없이는 수사를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제2단계의 증거인멸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연루 사실이 드러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윗선’이 밝혀져야 한다.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이 윗선의 아무런 보장도 없이 증거인멸이라는 불법행위를 과감하게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1단계의 민간인 사찰 행위도 원점에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추가적인 사찰행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사찰 보고서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보고됐는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해 민간인을 사찰하는 해괴한 조직 운영의 비밀을 푸는 열쇠다.

지금 수사팀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마저 꼬리자르기, 왜곡, 은폐 수사가 이뤄져선 절대 안 된다. 사건의 실체가 만천하에 공개됐는데 증거부족 운운하며 빠져나갈 생각도 말아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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