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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무모한 위성발사계획 중단해야 |
북한이 어제 돌연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3호’를 한달 뒤에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핵 개발과 함께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잠정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지 보름여 만이다. 북은 군사용이 아니라 평화적 관측 위성이고, 다른 나라도 하는 위성 발사를 북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용 로켓과 군사용 장거리 로켓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무엇보다 주변국들은 북의 위성 로켓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시점에서 위성 발사를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남북과 북-미 관계 등 안팎에 끼칠 부정적인 파장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하다. 북은 2·29 북-미 합의에서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조처에 대해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그렇게 하겠다는 유보조항을 달았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합의 이후 식량지원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진행해온 협상에 결실이 없거나 아니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압박용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합의를 깰 정도로 중대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목적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인 올해를 ‘강성대국’의 해로 선포한 북이, 4월15일 탄생기념일에 맞춰 주민 동원의 기폭제로 로켓 발사를 이용할 의도가 큰 것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건재와 내부 단결을 과시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북은 발사에 따른 손실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든 장거리 로켓 발사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어렵사리 진행된 북-미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북-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가능성을 없애버릴 공산이 크다. 안보문제에 한층 민감해진 한국과 미국의 선거정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북이 미사일 발사로 내부 단결과 대외 과시 효과를 노린다면 그건 그만큼 체제가 허약하고 자신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무모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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