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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8 19:06 수정 : 2012.03.18 21:10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가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당했다. 조사 활동 방해 과태료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늘 ‘세계 초일류’를 앞세우더니 불법행위에서조차 1등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공정위가 어제 과태료 부과와 함께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는 그야말로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삼성전자는 미리 짜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지난해 3월24일 공정위 조사요원이 방문하자 정문에서 붙잡아 놓고 시간을 번 뒤 조사 대상 피시에 담긴 자료를 폐기하고 다른 피시로 교체했다. 조사 대상 임원은 출장중이라고 버젓이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공정위가 조사 방해에 대한 경위조사를 벌이자 피시를 교체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한 허위 출입기록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범죄집단 뺨치는 치밀함과 조직력, 담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05년과 2008년에도 조사 방해 행위로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조사 방해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거리낌없이 불법을 저질렀다. 공정위는 과태료 부과와는 별개로 조사 방해에 가담한 임직원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등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 또 역대 최고라고는 하나 기업 처지에선 ‘푼돈’에 불과한 만큼 범칙금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일을 통절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삼성은 국제적 위상에 견줘 현저히 뒤떨어지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의식이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탕정공장에서 노동자 김주현씨가 투신자살해 장시간 노동 논란을 낳았다. 반도체공장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과 책임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노조 설립 방해 행위 역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이 이런 후진성에서 벗어나려면 총수 1인 지배 체제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모든 권한이 이건희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합리성과 공정성 등 시장질서의 기본 가치가 흔들린다. 총수의 이익에만 충실하라는 탈법적·천민적 논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얼마 전 드러난 삼성물산 직원의 씨제이그룹 이재현 회장 미행은 상징적 사례다. 삼성은 상식을 하루빨리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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