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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의 ‘이명박 닮은꼴’ 확인한 새누리 공천 |
어제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단행한 당명과 당헌·정강정책 변경이 지붕 개량이었다면, 지역구 공천은 당의 골조, 즉 실질적 변화의 내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친박 일색’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박근혜 당’으로 색칠만 새로 했을 뿐 성격은 이명박 당과 다르지 않다.
친박 일색은 ‘친이 일색’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당권이 사유화되면, 소통은 실종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는 파괴되며, 당은 친위대가 된다. 당내 민주화는 국정 운영의 민주화를 재는 척도다. 이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을 규탄했던 박 위원장이, 공천을 통해 그와 닮은꼴을 과시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누대에 걸쳐 쌓아올린 성추문 당으로서 명성도 확인했다. 출당(강용석), 공천 탈락(주성영), 공천 반납(석호익)의 경우도 있지만, 성추행 의혹을 사고 있는 김태기, 유재중씨 등에 대한 공천은 강행했다. 친박이라서 살린 건지, 당의 정체성을 위해 그런 혐의자 한둘은 남겨둬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반서민’ 본색도 드러냈다. 한-미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이고, 서울 강북지역을 ‘컴컴한 곳’이라 했던 김종훈씨가 서울 강남에 공천됐다. ‘친재벌’에 앞장선 유일호, 나성린, 류성걸씨도 새누리 안방에 공천했다. 정강정책 개정 때 벌였던 경제민주화 토론은 눈속임이었다.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주호영,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룡씨의 공천도 확정했다. 충성심이 중요하지 불법 여부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까지 답습할 의지마저 보였다. 서울 서초갑에 공천된 김회선 전 국정원 차장은 2008년 8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 직후 열린, 이른바 방송장악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그 자리엔 최시중, 나경원, 이동관 등 당정청 핵심들이 있었다. 그런 그를, 공영방송이 총파업을 하는 와중에 공천했으니, 대를 이은 방송장악 의지 말고 달리 해석하기 힘들다. 4대강 사업 전도사 김희국 전 국토부 차관의 대구 공천도 마찬가지다. 한 비대위원의 말대로, “무엇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지지·반대를 떠나 유권자는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불통과 독선, 반민주와 친재벌·부자 노선을 수정하길 기대했다. 이 정권의 실정을 통해 이 정도는 전진을 이룰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환상으로 끝나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 맴돌기만 한다면, 정당도 국민도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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