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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태희·권재진, 민간인 사찰 은폐조작 진실 밝히라 |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은폐조작 사건에서 또 ‘돈’이 튀어나왔다.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지난해 4월12일 2심 판결 직후 류충렬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한테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는 돈”이라며 건넨 5000만원을 받았고,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서도 변호사 비용 1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전달하려던 2000만원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가족들에게 전달했다는 수백만원대 금일봉까지 합하면 청와대에서 나온 돈이 85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이 돈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확인하면 사건 실체가 쉽게 풀릴 수 있다.
장 전 주무관이 어제 공개한 녹음파일과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청와대가 형량 축소와 10억~5억원 제공 등의 카드를 제시하며 장 전 주무관의 입을 틀어막으려 애쓰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장 전 주무관은 1심 뒤 열린 공무원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없앤 것이라고 진술한 다음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류 전 관리관이 2심 재판을 앞둔 지난해 1월 장 전 주무관에게 “(청와대) 비서관을 만났는데… 벌금으로 가게 돼 있다”며 “5억에서 10억 사이면 될 것 같고. 얘기 중에 있을 거야 자기들은”이라고 전화로 청와대와의 접촉 내용을 전하는 장면이 녹음파일에 나온다. “돈이 어디서 만들어지든… 어쨌든 나오는 건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어”라고 말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장 비서관은 돈을 전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류 전 관리관은 “친밀한 관계라 도움을 준 것”이라면서도 자금 출처를 밝히기는 거부했다. 하지만 애초 민간인 사찰 내용을 보고받고, 증거를 인멸한 뒤, 수사를 축소하는 3단계 불법을 배후조종한 지휘부는 청와대라는 증거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 전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 기록을 압수하려는 검찰 수사를 막고, 호텔에서 조사받게 해준데다, 참고인에게 이례적으로 변호인 입회를 허용한 것도 다 청와대가 나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란 점이다. 임태희 당시 비서실장이 금일봉을 건넨 경위와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의 사건 무마 움직임을 민정수석만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검찰이 수사팀을 최약체로 구성한 것도 법무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사건을 풀 열쇠는 임태희·권재진 두 사람이 쥐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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