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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직자 소득 과세, 정부 의지가 관건이다 |
정부가 성직자의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엊그제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이런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 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평과세의 원칙에 따라 성직자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는 관행으로 예외를 인정해왔다. 선거철을 맞아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정부는 이번만큼은 과세 방침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일부 개신교단 쪽에선 성직자의 사역은 근로가 아닌 ‘영적 봉사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목회활동에 대한 ‘사례비’에 세금을 부과하면 하나님으로부터 고용된 성직자를 세속화시킨다는 논리도 편다. 이런 주장이 신학적으로는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하는 의무를 논의할 때는 통할 수 없다.
종교는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고 영혼을 위무한다. 종교의 자유와 성직자의 활동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종교계 역시 국가와 사회의 한 축으로서 헌법과 실정법에 따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 헌법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유독 종교계에만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특수계층이 존재한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특정 계층만 ‘성역’으로 인정되는 것은 종교적 관점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다.
우리 세법에는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종교단체와 성직자들은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고, 정부는 종교계의 반발을 두려워해 이런 관행을 눈감아줬다. 지난 2006년에는 국세청이 재정부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재정부는 아직 ‘검토중’이라며 판단을 미루고 있다. 어찌 보면 재정부가 6년째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성직자에 대한 과세에는 아무런 법적, 제도적 걸림돌이 없다. 정부가 원칙과 의지를 확고히 하면 된다. 천주교 사제와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성직자의 소득에 공평한 과세를 하려면 먼저 과세 근거를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 지금은 종교단체마다 재정 운용 및 회계처리 기준이 달라 일률적인 소득파악조차 어렵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해 실무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종교단체와 성직자의 소득에 대한 투명한 회계처리는 과세기반 차원을 넘어 종교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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