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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출석으로 법질서 우롱한 나경원·김재호 부부 |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기소청탁 의혹’ 수사와 관련해 어제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서울동부지법)가 이미 지난 15일과 20일 경찰에 불출석했으니, 부부가 판박이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나 전 의원은 경찰에 불출석 사유를 밝히거나 연기요청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법질서를 우롱해도 이만저만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은 불출석을 되풀이하다 보면 이번 사건이 총선 등 이런저런 현안에 묻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할지 모르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번 기소청탁 의혹은 법치주의의 보루여야 할 법관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중대 사건이다. 김 판사와 통화를 한 박은정 검사(인천지검 부천지청)는 경찰에 낸 서면진술서에서,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이 고소한 사람이)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달라.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고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판사의 전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타인의 분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법관윤리강령 위배에 해당한다. 아울러 기소청탁을 했으면서도 이런 사실을 폭로한 기자를 고소한 것은 무고죄의 소지도 있다. 이런 일을 어물쩍 넘기고 법치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세워질 리 만무하다.
경찰은 김 판사에겐 오는 27일에, 나 전 의원에겐 26일에 다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만약 이번에도 불응한다면 강제구인 같은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선거법의 시효 규정에 따라 이 사건을 이달 말까지 수사하고 검찰에 넘겨야 할 처지라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법원이 판사·변호사와 관련된 체포영장을 쉽사리 내줄 리 있겠느냐고 지레짐작할 필요도 없다. 경찰은 법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만약 법원이 영장 발부를 미적거린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혹독한 비판에 부닥칠 게 뻔하다.
김 판사와 나 전 의원은 체포영장이라는 수모를 당하기 전에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지난 20일 경찰 출석에 불응한 박 검사 또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참고인 신분이라 강제구인 대상은 아니나 박 검사 역시 법 앞에서 예외적 존재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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