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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지 처분 전에 정부가 해군기지 공사 중단하라 |
해도 너무한다. 마치 제주도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듯하다. 제주도가 공사정지 명령을 예고하자 군은 발파에 나섰고, 정지 처분에 따른 청문회 전날엔 구럼비 바위 폭파를 시작했다. 어제 연기된 2차 청문회를 앞두고는 아예 폭격하듯 발파했다. 중앙정부의 눈엔 제주도민도 지방정부도, 법도 상식도 없었다. ‘해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스스로 보여준다. 주민에게 이런 정부와 군은 그저 억압하고 침탈하는 점령자일 뿐이다. 4·3 항쟁 때 군정 당국을 떠오르게 한다.
제주도와 해군 사이의 쟁점은 두 가지다. 15만t급의 크루즈선 2대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지 여부와 돌제(돌출형) 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 승인 대상인지 여부다. 총리실의 자의적인 기술검증에 대해 제주도가 참여한 가운데 재검증하자는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생길 수 없는 논란이다. 정부 멋대로 검증하고 군 멋대로 공사를 강행하니, 제주도가 공사정지 명령 처분이라는 최소한의 권리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원래 설계대로라면 크루즈선 2대의 동시 접안은 안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고정형 돌제부두를 가변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수준도 아니다. 재검증을 한사코 회피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구럼비를 파괴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공유수면 관리 사무는 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중앙정부가 위임한 제주도 고유의 임무다. 이 법에 따라 제주도는 공유수면에서 이뤄지는 공사를 승인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 강정 민·군 복합항 건설 협약의 주체가 정부와 제주도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중앙정부 혼자서 검증한 것은 어불성설이며 검증의 주체는 오히려 제주도여야 했다. 검증을 거부한다면 정지 명령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예정 지역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해 법적 다툼을 무의미하게 만들려고 한다. 제주도가 처분을 내리면 국토부는 막무가내로 직권 취소하고, 제주도가 소송을 제기하면 군은 구럼비 바위를 완전히 날려버릴 시간을 벌게 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꼭 그랬다.
하지만 이런 불법과 꼼수가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상대는 깊은 역사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제주도민이다. 공사정지 명령 이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증을 수락하기 바란다. 제주 기지의 전략적 가치까지 따지는 재검증이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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