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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현직 ‘정치 총장’과 흔들리는 숙명여대 |
숙명여대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학 쪽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개입을 불렀고, 교과부는 학교 운영 법인인 숙명학원 이사장과 전·현직 임원 6명의 임원 승인을 취소했으며, 이사회는 총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막장이다. 전직 총장과 현직 총장을 대신한 재단과 대학 쪽의 주도권 다툼이 화근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전·현직 총장 모두 집권 여당에 연줄을 댄 사람들이다. 이른바 ‘정치 총장’들이 근대 여성교육의 한 축이었던 명문사학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경숙 전 총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한영실 현 총장은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다.
빌미는 재단이 제공했고, 학교 쪽이 문제를 확산시켰고, 파국으로 몰고간 것은 교과부였다. 대학은 동문·독지가 등이 대학에 낸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옮겼고, 재단은 재단 전입금으로 이를 다시 대학에 넘겼다. 법정 부담금을 한 푼도 못 내던 재단이 대학의 동의 아래 기부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공모한 결과이긴 하나 학교 운영의 최종 책임은 재단에 있다는 점에서 재단의 책임이 크다. 재단 이사회는 8명 가운데 6명이 이 전 총장의 측근이거나 지인이다. 한영실 총장은 재단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총장 취임 후 이사회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문제를 들춰냈다.
결정판은 교과부의 과도한 징계였다. 기부금을 재단 전입금으로 위장한 것은 징계 대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한 것도 아니고 재단 사업으로 전용한 것도 아닌데, 교과부는 극형에 해당하는 임원 승인을 취소했다. 징계권 남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 배경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공심위원이었던 한 총장이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재단 쪽에서 제기하는 건 이런 까닭이다. 잘못을 바로잡고 분쟁을 조정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과부가 문제를 오히려 꼬이게 만든 셈이다. 이사회 결의가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교과부나 학교 쪽의 주장일 뿐이다. 아직 소명절차가 남아 있어 기존 이사회의 권한은 유지된다.
숙명학원은 설립자가 없다. 순수한 공익재단이다. 하지만 출연한 수익재산도 없고 수익구조도 없다. 법정 전입금을 한푼도 못 낼 정도로 취약한 재정을 대학 총장의 모금 역량에 기댔던 건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 총장이 정치권에 줄을 댔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이사회 해체와 총장의 공석이다. 정치를 학교로 끌어들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학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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