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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게 거는 빈곤 퇴치의 기대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했다. 김 총장은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가 열리는 새달 20일께 물러나는 로버트 졸릭 총재 후임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등 2명의 경합자가 있지만 16% 가까이 지분을 가진 미국이 추천해 사실상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총장은 에이즈와 결핵 퇴치 활동에서 뛰어난 역량과 경험을 보여줬으며, 다양한 경력을 갖춰 세계은행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지만 경력으로 볼 때 개발과 빈곤 퇴치라는 세계은행 본연의 임무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김 총장은 자원의료봉사단체를 만들어 20년 이상 개발도상국에서 결핵 치료 활동을 벌였고 세계보건기구에서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 확대에도 큰 기여를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 굵직한 세계기구를 한국인과 한국계가 이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김 총장을 지명한 배경에는 미국의 일방적 지배력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면서도 실질적인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뜻이 작용한 듯하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수장은 미국과 유럽이 점해왔지만, 최근 경제위기를 계기로 다른 나라들이 선진국의 총재직 독식에 반발하고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해온 터였다. 아시아계이면서 저개발국 개발에 앞장서온 김 총장이라면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다른 지명자에 비해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을 법하다. 중국 <신화통신>도 정치인이나 은행가 대신 개발 전문가를 선택한 것은 진일보한 조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빈부격차의 심화로 세계은행의 역할은 더욱 어렵고 중요해졌다. 세계은행은 원래 국제부흥개발은행으로 전후 재건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해 여러 나라들의 정책 결정과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융자와 기술원조의 조건으로 경제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개방과 금융자유화를 종용해, 일부 자본에는 막대한 이윤을 남겼지만 노동자나 서민들의 삶은 더욱 빈곤에 빠뜨렸다는 비판 또한 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입김에 따라 성장과 개발을 추구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다차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삐 풀린 세계화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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