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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 대파업, 박근혜 위원장은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
한국방송(KBS) 새노조가 오는 29일부터 19대 총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들어간다. 한국방송의 김인규 ‘낙하산’ 사장과 옛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후보자 개개인의 의견을 묻는 조사다. 지난 3월6일 시작된 새노조 총파업이 20일을 넘겼는데도 집권 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항변의 움직임이다. 아울러 한국방송 파업사태 해결에 의지를 가져 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새노조는 어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방송뿐 아니라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연합뉴스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대파업은 한국 사회에서 미증유의 사태다. 어제로 파업 57일째인 문화방송에선 방송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예능본부 소속 부장 4명이 보직 사퇴 행렬에 가세해 보직 사퇴 간부가 30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에선 연임된 박정찬 사장이 어제 노조원들의 격렬한 항의로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주요 방송·통신사가 공정보도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이처럼 공동투쟁을 벌이는 것은 19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저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영방송과 국가기간통신사가 쑥대밭인데도 집권 여당으로서 조정·중재 기능을 포기한 모습이다. 언론 대파업이 정부와 회사 쪽의 주장처럼 불법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정당하다는 것인지 생각조차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정권의 언론장악을 거부하는 언론노동자들의 바람과 반대되는 행보마저 보이고 있다. 2008년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해임을 논의한 ‘언론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서초갑에 공천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녹취록이 여당으로 넘어간 도청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한선교 의원에게도 공천장을 줬다. 박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처럼 언론장악 유혹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침묵을 끝내고 언론 대파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어물쩍거리며 시간이 흐른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언론 대파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다. 새누리당의 태도가 올바른 것인지 여부는 유권자들이 4·11 총선에서 표로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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