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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훈 후보의 소송 관련 사실 왜곡 |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겨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보도를 ‘명예훼손’이라며 형사고소를 해 어제 담당 기자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4·11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의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 한겨레 기자 3명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낸 바 있다. 고위공직자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공익 차원의 언론보도를 두고 민형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김 후보는 어제 아침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진행자가 <한겨레>와 기자 등에 대한 민형사 소송의 배경을 묻자 사실과 전혀 다르게 설명을 하고 적반하장 격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 후보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보도는, 한겨레의 지난해 9월15일치 기사와 사설이다.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나온 미국 비밀 외교문서를 근거로 ‘김 본부장이 미 하원 의원을 만나 쌀시장 개방 추가협상을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김 후보는 아침 라디오방송에서 민사소송의 경우 마치 한겨레가 제기한 것처럼 말했다. 그 대목을 옮기면 이렇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를 하라고 언론사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재위 결정을 (한겨레가) 위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거꾸로 법원에 가져갔어요. 법원에 가져가서 1심에서 피고가 되어 제가 또 승소를 했습니다.”
원고를 피고로 둔갑시켜 마치 한겨레가 제기한 소송에 자신이 끌려간 듯이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승소했다고 말한 1심 판결은 외교통상부가 따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 대한 것이다. 김 후보가 원고인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아직 진행중이다. 명예훼손 관련 형사소송은 이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단계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자신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외교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1심 판결도 일방적으로 승소했다고 주장할 일은 아니다. 당시 법원은 <한겨레> 보도가 김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외교부의 주장과 관련해선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보도에 대해 쉽게 명예훼손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며 이를 인용하지 않았다.
김종훈 후보가 방송에서 말실수를 한 것이라면 한겨레에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 알면서도 일부러 틀린 말을 했다면 공직자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김 후보가 이렇게 자의적으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소송을 정당화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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