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영유아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가 시행한 지 한 달도 안 돼 난관에 부닥쳤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의 시·도지사들은 어제 공동성명을 내어,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로 재정난이 심각하다며 정부에 국고보조 비율의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시·도지사들은 지금의 재정여건으로는 6월쯤부터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로선 불안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정책이 이처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 악화는 일찌감치 예견된 바이다. 3월부터 도입된 무상보육 확대는 만 5살과 0~2살의 자녀를 둔 부모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소득과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만 3~4살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상보육의 확대는 당연히 반길 일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3697억원을 따로 편성해 50%가량을 국고로 보조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무상보육 확대 시행안을 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는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허겁지겁 내놓은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지자체와 협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로서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이제 와서 총리실 안에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자체와 재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뒤 순서가 뒤바뀐 졸속 정책 추진이다.
무상보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궁극적 책임은 중앙정부가 져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무상보육 재정의 분담 비율을 다시 조정하되, 재정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확인된 곳에는 전액 국고지원을 해줘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다른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분담 기준과 원칙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복지 확대와 사업의 지방 이양을 본격 추진하면서도 재정부담 문제는 지자체 스스로 해결하도록 떠넘겼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가용재원이 줄어들고 재정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빈곤이나 질병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전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재정은 중앙정부가 감당할 몫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