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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특검을 ‘이전투구’의 도구로 삼으려는가 |
새누리당이 어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정리된 최종 입장을 내놨다. 이상일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권재진 법무장관은 퇴진하고, 노무현·이명박 정권에서 이뤄진 민간인 사찰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보다는 노 정권을 끌어들이는 ‘이전투구’를 통해 책임회피를 꾀하려는 교묘한 술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의 관심은 코앞에 다가온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부정적 파장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느냐는 ‘정치공학’에만 온통 쏠려 있는 듯하다. 민간인 사찰을 증빙하는 문서가 폭로된 이후 시시각각으로 현란하게 변해온 당의 입장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찰 문건이 처음 폭로된 지난달 30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철저히 수사해 책임 있는 사람을 엄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했다. 이런 태도는 다음날 돌변한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선거대책회의에서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고 목청을 높이고, 권 법무장관의 퇴진과 특검을 요구했다. 민간인 사찰에 분노하는 민심을 고려한 수위 조절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청와대가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권 때 작성된 것이라고 역공을 펴자 이번엔 ‘박 위원장도 사찰 피해자’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라는 물타기·이전투구 작전으로 돌아섰다. 선거 유불리에 대한 고려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극적인 입장 선회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전투구 전략은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누가 민간인을 불법사찰했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권을 유린당했는가 하는 문제는 선거 이전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본질적 사안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물귀신’ 작전을 펴면서 같이 특검 대상에 넣자고 하는 노 정권 때의 문건은 질이 전혀 다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화물연대, 전국공무원노조 동향 파악 문건을 민간인 사찰인 양 말하지만, 문건을 살펴보면 경찰이 정보보고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작성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런 사실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자신 있으면 특검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스스로 특검의 목적이 진실규명이 아니라 이전투구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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