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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04 19:35 수정 : 2012.04.04 19:35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검증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두 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최소 268조원이 들 것으로 추계되는데,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그 내용의 뼈대이다. 심지어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부의 이번 발표는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정당의 복지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정당의 선거공약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전례도 찾기 힘들다.

재정부가 지난 2월 말 발족한 ‘복지 태스크포스’는 처음부터 선거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었다.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부처로서 총선 결과가 재정여건에 미칠 영향을 미리 점검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의 공식 의견으로 선거 전에 발표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선거의 중요 쟁점에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부에 검증 결과 발표를 자제하도록 거듭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선관위 의견을 무시하고 발표를 강행했다.

재정부의 검증 결과가 객관성을 갖춘 것도 아니다. 아예 객관성을 따져볼 여지를 차단했다. 재정부는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자세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복지재원 추계에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밝히면 특정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공약 검증이 특정 정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용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다.

재정부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공약을 검증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한 대목에서 그렇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복지공약은 부자증세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재정부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문제가 많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증세는 무조건 나쁘다는 정부의 편향된 시각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헌법과 현행 선거법은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사실상 야당의 복지공약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여당을 편드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선관위는 재정부의 발표 내용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법적 조처를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는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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