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문제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복지 실종이다 |
기획재정부(재정부)가 정치권의 복지공약 분석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선거운동이 정부 개입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나 국가기관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우고 있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재정부가 복지예산이 과다하다는 점만을 부각시켜 공표한 행위는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으므로 선관위 결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재정부는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당별 분석 결과를 제외하는 등 중립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궤변일 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여야 정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추가분 268조원, 한 해 최소 53조원이 더 든다는 재정부의 발표내용 자체가 허구에 가깝다. 평생 맞춤형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 새누리당의 소요예산이 한해 15조원, 서민정당을 표방하는 민주통합당의 추가예산도 33조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강령 1조에 경제민주화를 집어넣고 특위까지 만들어 복지를 확대한다고 호들갑을 떤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지난해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복지 확대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재벌의 독식을 막고 무한경쟁에서 탈락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게 저변에 흐른 민심이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대기업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서민들 삶이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 결과물은 너무나 빈약하다. 새누리당은 5살 미만 무상보육 정도만 남고 반값등록금이나 출산장려책, 노인 생활대책 등은 오간 데 모르게 사라졌다. 민주당은 세목 신설 없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시대적 요청에 미흡할 뿐 아니라 실현가능성도 불확실하다.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19%에 비해 무려 10%포인트나 낮다. 새누리당 복지공약에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은 국내총생산의 1% 수준으로, 결국 오이시디 국가 평균과의 격차 중 고작 10분의 1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민생을 좇는 새누리당’이라고 외고 다니고, 서민생활을 보살펴야 할 재정부는 복지포퓰리즘을 경고하는 현실이야말로 기만적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