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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6 10:22 수정 : 2005.08.25 20:30

안기부 비밀도청팀인 ‘미림팀’의 팀장을 지냈던 공아무개씨는 <에스비에스>와의 회견에서 “(중앙일보에) 초상났다고 좋아하지 마라.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범법자라 할 공씨가 이처럼 언론 전체를 싸잡아 폭언에 가까운 협박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씁쓸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협박을 당해도 대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우리 언론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사실 도청테이프를 통해 드러난 중앙일보 홍석현 전 사장의 발언 내용은 언론사주들의 숨겨진 치부 가운데 빙산의 일각일 뿐, 다른 언론사주들도 이보다 못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인의 생각이다. 공씨의 주장은 이런 심증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문제는 언론이 공씨의 발언 내용을 비롯해 이번 도청 사태를 다루면서 겸허한 자기반성의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너는 뭐가 잘 낫냐’는 식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일보는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한번 뼈를 깍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는 사설을 실었지만 그 내용은 제목과는 동떨어지게 변명과 합리화로 점철된 것이었다. 공씨의 발언을 대문짝만하게 실은 것 자체가 다른 신문들에게 ‘역공’을 가해 궁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얄팍한 전략의 소산으로 보인다.

다른 언론들의 태도도 떳떳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안기부가 언론사주들의 언행을 속속들이 도청했다는 주장은 당연히 분개하고 진상 규명을 외쳐야 옳은 사안이다. 하지만 공씨의 주장을 애써 외면한 채 발언의 파문을 축소하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자사 이기주의 속에서 우리 언론이 사주들의 전횡에서 벗어나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언론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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