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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1 22:25 수정 : 2012.04.12 09:35

어제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이 된 것은 물론 과반 의석까지 차지했다. 한때 지지율이 바닥에서 헤맸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기사회생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야당의 패배라고 해야 옳다.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치러진 선거인 점까지 고려하면 야당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공천 실패와 잇따른 잡음 등으로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나마 총선 막판에 터져나온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성적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민심의 척도라 할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에 훨씬 뒤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야당에 자리를 내주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총선을 진두지휘한 권영세 사무총장 등도 야당 후보들한테 고배를 마셨다. 새누리당이 산술적으로는 이겼지만 승리의 의미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지역구도의 높은 벽이다. 부산 등에서는 그나마 지역주의 완화의 싹이 조금 엿보였으나 대구·경북과 호남 등 각 정당의 텃밭에서의 쏠림 현상은 완강했다. 지역구도의 벽을 깰지 관심을 모았던 김부겸·이정현 후보 등도 모두 쓴잔을 마셨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크게 패하고서도 원내 1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영남지역의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임을 간과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파탄지경에 이른 민생,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의 난무 등 이명박 정권이 그동안 저지른 실정에 비해 새누리당이 이 정도의 성적을 낸 것은 전통적 텃밭을 온전히 지키며 선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통합진보당의 약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은 비록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진보정당으로서는 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앞으로 의회 내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으로서 제대로 된 몫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여권과 야권 모두에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저류에 맥맥이 흐르는 정권에 대한 거부감은 이번 총선 결과가 충분히 보여줬다.

새누리당,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말뿐인 차별화, 겉모습만의 변화가 언제까지 통할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사실 이번 선거의 승리자는 박 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당명 개정, 공천에서의 친이계 배제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이를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포장했다. 이런 전략은 이번 총선에서 확실히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권위주의와 폐쇄주의적 태도는 여전했고, 친재벌·부자 노선을 수정하지도 않았다. 눈 밝은 상당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화장술에 넘어가지 않았음을 주목하기 바란다.

야권은 더욱 통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는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번 총선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리더십 부재, 갈팡질팡하는 정책, 미래에 대한 청사진 부재 등 야당의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요원하다.

총선이 끝남에 따라 정국은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이다. 각 정당은 총선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이 표를 통해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민심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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