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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5 19:22 수정 : 2012.04.15 19:22

이수윤 사회2부 영남팀장

일자리 없어
급격한 고령화
2040의 심판이
부산 살린다

늘 그렇듯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부산의 총선에서 ‘부산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전체 18곳 선거구에서 2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14년 만인 2004년(17대) 조경태 의원이 처음 지역구도의 벽을 깬 이후 이번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함께 당선돼 22년 만에 두 석이 됐다.

부산의 역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투표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60%를 넘어서던 ‘부산여당’의 득표율은 17대 49.35%, 18대 43.52%, 19대 51.31%로 점차 50% 초반대에 묶이고 있다. 17대 대통령 선거(57.9%)와 5대 시도지사 선거(55.42%)의 득표율도 50%대다. 선거의 종류나 선거 기간에 발생한 돌발변수에 따라 결집의 강도에 차이는 있으나 득표력의 확장성은 줄어들고 지지율은 고착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산여당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던 ‘싹쓸이의 시대’가 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자신들끼리 맞붙기도 하고, 부산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았으나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든든한 고정표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싹쓸이의 대표적인 폐해는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부산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 발전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것이다. 시내를 펼침막으로 도배하면서 가덕도 유치를 요구한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돼도 부산시당 위원장의 의례적인 성명서 발표로 끝이다. ‘영남권 신공항’의 밀양 유치를 내세운 대구의 주장에 힘을 실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공천을 받아야 하고,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단행한 해양수산부 폐기에는 법안 발의에 참여하고, 국회 의결 때 찬성표를 던지는 등 오히려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인데 구태여 시민들 여론을 받든다고 날 세울 이유가 없다. 납작 엎드려 공천을 받아낸 뒤 선거 때 부산에 온 박 위원장과 함께 시장통 한바퀴 돌면 4년이 보장된다. “국회의원 되기 참 쉽다.” 하지만 눈 밖에 나면 이번처럼 현역 의원들도 하루아침에 ‘훅’ 하고 날아간다.

부산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부산여당의 이런 유권자 무시 태도를 더욱 굳힐 수 있다. 1990년 386만명이던 부산 인구는 지난해 358만명으로 줄었다. 대도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40세대는 줄고 50대 이상은 급속도로 느는 추세다.

젊은이들은 대학 진학과 함께 서울로 서울로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와도 일자리가 없다. 부산에 남아 있던 젊은이들도 가능하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려 한다. 그렇게 부산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보수화된 고정표가 계속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다.

부산은 젊어져야 미래가 있다. 부산이 젊어지려면 2040세대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부산이 젊어져야 부산의 정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만년 부산여당을 떠받치고 있는 고정표의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신에 목을 매는 정치인을 심판해야 ‘청춘 부산’을 이뤄 낼 수 있다.

선거 때 구사하는 전략·전술로는 부산의 새 정치 지형을 짤 수가 없다. 지역정서나 지역구도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2040세대가 나서야 한다.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 “부산에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치인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고, 부산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이수윤 사회2부 영남팀장 s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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